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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원유 감산에…엑손모빌·셰브론 이익도 배당도 쑥 [월가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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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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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에 달하는 하루 200만배럴 감산에 합의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5일(현지시간) S&P500 에너지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약 2.06% 반등하며 622.39에 마감했다. 최근 에너지 기업들은 OPEC+의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 S&P500 에너지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는 최근 5일간 12.28% 상승했다. 이와 동시에 대표 기업들인 엑손모빌(12.41%)과 셰브론(9.71%)도 함께 반등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XLE 지분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업종 내에서 비중이 큰 기업들이다.

유가 상승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게 엑손모빌, 셰브론 등 에너지 기업들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가격은 5일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월 한때 종가 기준 76.71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약 14.40% 반등했다. OPEC+의 감산 영향이 컸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이번 감산의 경우 예상보다 규모가 컸기 때문에 향후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OPEC+의 감산 결정 이후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110달러까지 높였다.

주가 차익에 의한 수익 외에 배당금도 에너지 기업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모닝스타의 스티븐 엘리스 연구원은 "이번 감산은 단기적으로 유가를 높이고 에너지 기업들의 현금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에너지 기업들이 기존 주주 환원 정책을 이어 간다면 이번 감산은 배당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 활동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에너지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에너지 기업 중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배당 안정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투자매체 배런스는 25년 이상 배당을 늘려왔던 S&P500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 기업 중 올해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던 기업을 꼽았다. 또 2% 이상 배당수익률과 80% 이하 배당성향을 가진 기업들을 추렸다. 이 조건에 맞는 기업이 총 5곳이었는데, 에너지 기업 중에선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이름을 올렸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각각 3.55%, 3.58%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2분기 실적에서 충분한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셰브론은 올해 들어 지난 6월 30일까지 약 6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98.84% 증가한 171억달러의 FCF를 창출했다. 같은 기간 엑손모빌은 전년 동기 대비 100.40% 늘어난 277억4200만달러의 FCF를 달성했다. FCF란 기업이 일정 기간 창출한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현금성 수입과 비용이 포함된 영업이익, 순이익과 다르다. FCF는 기업이 자사주 매입, 배당금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엑손모빌, 셰브론 등 에너지 기업들이 높은 순이익을 낼 것으로 보이는 점도 배당 매력을 키우고 있다. 순이익이 많을수록 기업의 배당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번 3분기 어닝 시즌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약 118.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95.5%의 순이익 성장률을 보인 2분기에 이은 고성장세다. 또 에너지 기업들 중 85.7%가 지난 2분기에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단 올해 주가 흐름은 32.93% 상승한 셰브론에 비해 약 56% 오른 엑손모빌이 더 좋았다. 엑손모빌의 경우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때 유가가 폭락하자 투자를 줄이는 등 유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왔기 때문이다. 앨런 굿 모닝스타 연구원은 "엑손모빌은 (팬데믹 때) 투자 예정 금액을 30% 이상 줄였기 때문에 유가가 50달러 이상으로만 유지되면 배당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반면 셰브론은 상대적으로 엑손모빌만큼 공격적으로 투자 금액을 줄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폭등한 천연가스 가격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엑손모빌은 4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한 이익 증가 효과가 18억~22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엑손모빌의 석유·천연가스 생산 관련 이익은 2분기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3년 만에 '유의미한(meaningful)' 배당 인상도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엑손모빌은 2019년 2분기에 분기 배당금을 0.87달러로 약 6% 인상했다. 작년 4분기엔 배당금을 0.88달러로 소폭 올렸다. 셰브론은 따로 SEC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량이 엑손모빌의 61.45% 수준인 16억9000만세제곱피트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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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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